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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이주민 건강보험, 헌재 간다

세대 개념 차별, 한국인 평균소득 적용, 체납하면 체류 연장 불이익 등 따지게 돼



외국인에 대한 차별 적용으로 논란이 일었던 개정 외국인 건강보험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됐다(제1274호 ‘월급 150만원, 건강보험료 11만3050원’).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개정 외국인 건보제도의 위헌 여부를 묻기 위해 10월11일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동천이 청구인을 대리해 제출했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고려인 동포 ㄱ(48)씨와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아 살고 있는 난민 ㄴ(44)씨다. 어머니(75)와 아들(20)과 함께 살고 있는 ㄱ씨는 3명의 소득을 모두 합치면 월 180만원 남짓이지만 건보제 개정 시행 이후 모두가 단독가구로 인정돼 매달 31만2570원(장기요양보험료를 제외한 금액 10만4190원×3)을 납부해야 했다. 어머니(76)와 아들(23) 등 식구 7명이 함께 살고 있는 ㄴ씨 역시 월 가구소득은 120만원에 그쳤지만 3명의 보험료 21만8820원(인도적 체류자 보험료 7만2940원×3)을 납부했다. 한국인은 만 19살이 넘어도 취업하지 않았으면 부모의 세대원으로 포함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령 노인은 자녀의 세대원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만 19살이 넘은 자녀와 고령 부모를 같은 세대원으로 보지 않는다.


공동행동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에서 이처럼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다른 ‘세대’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밖에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하한액을 전년도 전체(내국인 포함) 건강보험가입자의 평균보험료(11만3050원)로 정한 것이 타당한지, 보험료를 체납할 때 체류 자격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헌재의 판단을 요청했다.


30.4%가 보험료 내지 못해


2017년 기준으로 월평균 근로소득이 147만원으로 내국인의 67% 수준에 불과한 외국인에게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도 당국은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개정 건보제도 시행 3개월 만에 개정 이후 의무가입 대상이 된 27만 가구 중 8만2천 가구(30.4%)가 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건보료 미납시 체류 자격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들은 미등록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납 가구가 수만에 이르는 등 논란이 커지자 국회는 10월30일 토론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월 중에 연구용역을 실시해 현행 외국인 건보료 부과 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외국인의 소득과 재산 조사 방안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외국인 체류 업무를 맡고 있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건보료 체납액이 있더라도 바로 (체류 자격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 차례까지 단기간 허가를 발급해 최장 18개월까지 자발적 납부 기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체납하더라도 당장 미등록체류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8만 가구가 넘는 외국인에게 건보료 체납은 당장 직면한 문제여서 공동행동은 계속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동행동의 김사강 연구위원(이주와 인권연구소)은 10월30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헌재에 위헌심판을 청구한 것과 더불어 국회를 통해 외국인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개정법률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원문기사 :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808.html



 


[세상읽기] 이주민 차별하는 건강보험제도


입력 2019.05.20 11:13 |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국민건강보험 적자를 부각하는 기사들은 때마다 등장해 불안을 부추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자를 개선한다며 그 원인을 이주민으로 돌렸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으로 내ㆍ외국인 간 형평성을 높이고, 진료 목적 가입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민 건강보험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전환됐으며, 가입 가능한 기간도 한국 거주 ‘3개월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주민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혼이주여성과 영주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주민은 일괄적으로 한국인 평균 보험료(2019년 11만3050원)를 매달 납부해야한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을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체납하면 체류 허가와 연동하겠다고 공포했다.


이주민의 지역건강보험 가입은 가족단위로 이주해 아이를 낳거나 키우며 장기간 한국에 있어야하는 난민신청자나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의 숙원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까지 ‘인도적 체류자들에게 지역건강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건강보험 적자에 대응해 내놓은 게 ‘형평에 맞지 않고 도덕적 해이가 있는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주민도 선주민처럼 건강보험에 당연 가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주민에게도 공평한 건강권 보장’ 목적이 아니라 건강보험제도의 불안을 이주민 탓으로 돌리다 보니 더 많은 차별을 낳고 있다. 우선 난민 인정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작년까지 선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소득에 따른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았다. 소득이 없어 지역건강보험료를 1만 원가량 내다가 갑자기 10만 원을 넘게 내게 됐다.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된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는 세대주와 세대원을 선주민과 같은 기준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됐다. 난민 신청자는 가족관계나 혼인 증명서류를 구비하지 못한 채로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경우 DNA 검사로 등록해주지만, 아내는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면 세대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급한 서류는 안 되고 무조건 본국 정부의 인장이 찍힌 서류를 번역ㆍ공증해 가져 오라고 요구한다.


이럴 경우 남편과 아내가 각자 보험료를 납부해야한다. 혼인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서류만 요구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또한 자녀라 할지라도 성인이면 세대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보험료를 따로 납부해야 한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시리아 난민 신청자 가족 중 어머니와 자녀 셋이 있는 가족이 있다. 그중 자녀 두 명이 성인이다. 한 가족에서 성인 세 명이 각자 보험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또,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거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난민 신청자의 경우는 건강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1년 넘게 모든 가족이 건강보험가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건강보험 가입과 보험료 납부 여부를 체류자격과 연결하겠다는 발상이다. 돈이 없어 가입을 미루거나 체납하는 이주민은 체류 연장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피해는 돈 없고 취약한 이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출처 : 인천투데이(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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