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화다양성 역행하는 이주민 차별…사회가 나서서 보호해야”

[차별을 넘어 평등으로④] “문화다양성 역행하는 이주민 차별…사회가 나서서 보호해야”

김태규 기자



국내 체류외국인 270만명, 한국사회 한 축 이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서 배제…“잘못된 정책” ‘고용허가제·강제출국’ 처지 악용한 차별 사례도


이주민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의 일부가 됐다. 그만큼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이주민은 배제됐다. 또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이주민을 혐오하며 공격대상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본지는 이주노조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이주민에 대한 차별 사례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 사례를 듣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236만7607명이며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미등록이주민은 35만5126명이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입국해 생활하고 있다. 270만명을 넘어선 이주민들은 한국사회를 유지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는 이주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차별을 받고 있고, 지난해에는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는 사례가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지구적 재난 속에서 이주민들은 마스크 공적구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문화다양성 시대를 살아간다고 하는 한국사회에서 이주민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고용허가제, 모든 권리는 사장에게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인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998년 한국에 입국해 지난 2012년까지 남양주 마석가구단지에서 일했다. 2003년 말부터 1년간은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 농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9년 귀화해 한국국적을 취득한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이주민문화예술단체 ‘아시아미디어 컬처팩토리’에서 상근하며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난민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에 입국하는 이주민들이 많은 편견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주민은 노동, 결혼, 유학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와요. 결혼이민자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노동자, 유학생, 사업가 순이에요. 한국에서는 아시아계 사람들, 특히 동남아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3D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유럽, 미국 등에서 온 사람들은 ‘화이트칼라(white collar. 사무직 또는 판매직 등 종사자)’나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이는 편견이에요.”


블루칼라(blue collar. 생산직 또는 서비스직 등 종사자)와 화이트칼라의 계급이 구분되는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을 ‘낮은’ 계급이라고 여겨지는 블루칼라로 대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은 대부분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뤄진다. 고용노동부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네팔 등 16개국에 한해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에 외국인 노동자를 신청하면 고용노동부는 16개국에서 고용허가제 원서를 접수한 노동자를 선별해 취업비자를 발급하고 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려면 자국에서 한국어시험을 통과해야 해요. 그 후 자국 정부에 서류를 제출하고, 정부는 한국 고용노동부에 서류를 보내죠.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신청한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 이력서를 보내고, 사업주가 선택하면 3년 짜리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고용허가제로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다고 해도 노동자 마음대로 회사를 옮길 수 없어요. 회사를 옮기려면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다만 회사가 부도난 경우 또는 3개월 이상 임금체불,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에는 회사를 옮길 수 있어요. 그런데 이 횟수마저도 3년간 3번으로 제한돼 있어요. 3년을 채운 뒤에는 사장이 원할 때에만 1년 10개월에 한해 연장할 수 있고요. 사장이 원하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모든 권리는 사장에게 있어요.”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2019년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사업장이동의 자유 보장 및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본국 송환’ 두려워 차별에도 신고 못 해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혜택을 거의 못 받는다고 봐야 해요. 명절 보너스는 물론이로 회식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아요. 가장 큰 문제는 기숙사인데, 기숙사는 퇴근해서 쉴 수 있는, 분리된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는 공장 외부에 기숙사를 얻어주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공장 안에 컨테이너를 마련해 지내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요.”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이밖에도 강제 주말근무, 연차 사용 등에서 많은 차별을 받는다고도 했다.


많은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일을 그만두려면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사업주와의 마찰이 생길 수도 있고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3개월 안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노동자는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두고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만,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3개월 안에 일을 구하지 못하면 미등록 이주민으로 살아가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한국인 노동자들도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더 심한 차별에 놓여 있어요. 한국에 거주 중인 이주민 중 12% 정도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들이고, 이들 대부분이 이런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주노조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이주민 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신고 못 하는 처지 악용한 미등록이주민·결혼이주여성 차별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미등록이주민들도 심각한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등록이주민은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임금이 체불돼도 쉽게 신고하지 못해요. 물론 법에 따르면 신고를 통해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빌미로 사업주가 해코지를 하거나 강제출국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해요. 퇴직금이나 연차 등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또 사업주들이 이를 알고 악용하기도 하고요.”


지난해 7월에는 전남 영암군에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한국의 사법체계가 엄격하게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이 폭력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요. 미투운동이 촉발된 계기였던 서지현 검사의 경우도 검사라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성폭력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어요. 이주여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결혼이주여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혼하면 비자 연장이 안 됐고, 귀화나 영주권 취득을 위해 참고 살 수밖에 없었어요. 참다 참다 신고하려고 해도 언어에 제약이 있는 이주여성은 신고하기 어려워요. 사법체계가 엄격하게 정비돼야 해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어 온 피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서 아직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거예요.”



이주인권연대,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인권 단체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주민 차별·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 국가인권위 진정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지원서 배제된 이주민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제적 위기 상황이 닥쳐왔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이주민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뿐만 아니라 이주민들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통한 마스크 구입이 어려워 정책 전반에서 이주민들이 배제된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정책이에요. 이주민도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주민들도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어요. 미등록·등록 여부를 떠나서 스스로 일을 해서 먹고살고 있잖아요. 또 등록이주민들은 세금을 내고, 지방세까지 내고 있어요. 그런데 긴급재난지원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차별이죠.”


정책에서 이주민이 배제된 데 대해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한국사회가 이주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1998년도에 처음 한국으로 왔어요. 그 해에 한국에서의 삶이 처음 시작된 거죠. 그러면 한국사회에서의 나이는 1999년도에 1살이 되는 거예요. 1살밖에 안 된 아이가 뭘 알겠어요. 결국 이주노동자는 사회가 돌봐야 하는 사람인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돌봐야 하는데 한국사회는 단순하게 등록·미등록, 민족을 따지고 있어요.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예요. 이주민을 방치하게 된다면 한국사회도 무사하지 못하게 돼요. 사회 전체를 생각해서라도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돌봐야하는데,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죠.”



기독당이 지난 3월 4일 전북 익산시 인근에 게시한 현수막. <사진제공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혐오


무슬림인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총선 전인 지난 3월 4일 기독당에서 ‘동성애/이슬람 없는 청정국가 이룩’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종교는 막고 싶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를 강제로 믿게 할 수도 없는 거예요. 한국에 무슬림들이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강제로 믿게 할 수 없어요. 예멘 난민들이 제주에 들어왔을 때 ‘무슬림들이 성범죄를 저지른다’거나 ‘강도를 저지른다’는 등 가짜뉴스로 혐오하기도 했는데, 그건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의 문제지 종교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목사 중에 성범죄자가 많다고 해서 개신교인 전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이슬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차별도 많다고 한다.


“무슬림은 라마단(이슬람력 9월에 행하는 약 한 달 가량의 금식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음식과 물을 입에 대지 않으며, 해가 지면 금식을 중단한다) 기간에 금식을 하는데, 사업주들이 ‘밥을 안 먹으면 일을 못 한다’면서 식사를강요하기도 해요. 이슬람에 대해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죠.”


많은 차별이 발생하지만 이주민들이 차별에 맞서 싸우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에 친한 친구가 물건을 전달해주러 집 근처 전철역에 차를 끌고 왔는데, 유료주차장에 주차했더니 관리인이 ‘거지들 돈 안 내도 되니까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경찰을 불러 신고했는데, 경찰이 ‘이 분이 잘못했다고 비는데, 그냥 마무리 할게요’라고 했어요. 신고한 사람이 처벌을 내려 달라고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요. 국가가 이 상황에 대해서 엄격히 처벌해야 하는데, 결국 흐지부지 끝나게 됐죠. 이주민들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경찰, 사법체계 등 국가와도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주노조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이주민 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국사회 미래 위해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돼야”


때문에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국가의 역할이 확실해지죠. 해외 사례를 보면, 호주에서는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이 제정돼 있고, 다른 나라에도 인권보호법 등 여러 이름으로 법이 마련돼 있다. 이런 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소수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우니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기 위해 만든 거예요.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은 문화다양성의 나라라고 강조하는데, 지금 시대에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못하면 문화다양성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된다. 무조건 차별금지법이 마련돼야 해요.”


그는 이주민의 인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출생률이 낮아 인구가 줄고 있어요. 결국 이주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이는 많은 전문가들도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혐오세력은 몇몇 부정적인 해외 사례를 들며 ‘이주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이주민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준비를 잘 해서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요.”


섹알마문 부위원장은 시민들에게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이나 소수자들은 아직가지 힘이 부족하고, 죄인이 아님에도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차별을 받으면서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마련돼야 해요.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일에 차별금지법은 하나의 단계예요. 이 발걸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지해준다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많은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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