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국제 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이슈브리프] 코로나19와 한국의 이주민

2020년 11월 27일 업데이트됨






현재 상황



1. 공적마스크


지난 2020년 2월,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대구시 일부 지역에서는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주민센터를 통해 각 가정에 마스크를 배포하였다. 영주권을 가진 결혼이주여성 A씨의 집 우편함에도 주민센터에서 배부한 마스크가 놓여 있었다. 가족 구성원 1인당 3매를 기준으로 배포되었다고 하는데 그 집의 식구 수 보다 한 사람 몫이 부족했다. A씨의 시어머니가 주민센터에 확인해보니 외국인은 배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 을 들었다. 이에 시어머니가 항의하자 그 이후로는 A씨의 몫까지 포함하여 마스크를 수령하게 되었다. 시어머니의 확인으로 그 주민센터는 외국인이 가족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점 을 나중에야 인식하게 된 셈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2020년 1월 24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함에 따라 마스크 수요가 폭발하면서 마스크 공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3월 5일 정부는 마스크 독점을 막기 위해 전국의 약국을 통해 공 적 마스크(KF94)를 제한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약국에서 신분 확인을 통해 1주일에 한 번, 1인당 2매의 마스크를 구입하는 방안이었다. 한국 에서 거주중인 외국인의 경우에는 신분증으로는 외국인 등록증만이 인정되었고, 건강보험 가입 확인이 가능한 서류와 함께 제시해야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 이는 ‘공적마스크’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 내는 기준이 되었다. 외국인들의 경우 입국 후 6 개월이 지나야 건강 보험 가입이 가능하며,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료가 비 싸서 가입하지 못하거나 사업주가 건강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은 외국인들이 존재하기 때문 이다. 즉,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유학생, 사업자등록이 없는 사업주 또는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미등록 체류자 등 수 십 만 명의 외국인들은 마스크 구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포함한 국내 이주NGO 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해당 진정이 받아들여져 4월 20일부터 는 건강보험이 없더라도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이주민은 공적 마스크 구입이 가능해졌다. 이후 마스크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이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았지만, 미등록 체류자는 여전히 구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2. 재난기본소득


2020년 3월,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이 가시화되자 일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4월 중순이 되면서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긴급재 난지원금 지급이 검토되었다. 이 논의는 곧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난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외국인은 배제되었다. 3월 18일 서울시는 외국인을 배제한 재난 긴급생활비 지급 을 발표하였고, 이주민 인구가 가장 많은(약 60만 명) 경기도 역시 외국인을 제외한 모든 경 기도 주민만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 10만 원 지급을 발표하였다. 이에 2020년 4월 2일 국내 이주 NGO와 이주민들이 서울시와 경기도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신청하였다. 6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 성화를 위한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을 수립·집행하면서, 주민으로 등록되어 있는 외국인 주 민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 하여 외국인 주민에게도 재난긴급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와 같은 인권위원 회 권고를 받아들여 서울시는 취업과 영리활동이 가능한 체류 자격을 갖고 있고, 외국인 등록을 한 지 90일이 넘는 외국인 주민을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경기도는 5월, 조례 개 정을 통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를 지급대상에 포함하였을 뿐 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해서는 재정 여건, 추경 편성 등의 이유로 불수용 방침이며 추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라 고 답변했다. 경기도가 지급 대상에 포함한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는 10만 명 수준으로 경 기도 거주 이주민 60만 명의 17% 수준이다.


한편 지난 5월부터 신청 받기 시작한 중앙 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외국인의 경 우 지급 대상을 한국 국적자와 주민등록을 같이 하는 세대와 영주권자 세대로 한정하였다. 이 제한으로 국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외국인은 2019년 12 월31일 기준 한국에 체류 중인 252만 명의 16%에 불과한 결혼이주민 16만 명, 영주권자 15 만 명으로 제한된다. 또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세대주 신청·수령을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한국인 배우자와 법적 혼인 관계로 주민등록에 등재된 외국인 배우자는 세대주인 한국인 배우자가 지원 대상이 된다. 즉, 외국인은 주민등록표에 등재되더라도 법적으로 세 대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견고하게 지켜지는 한국 정부의 국적자 중심의 가부장적인 정책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3. 정보의 부재


강력한 단일 언어 사용 국가인 한국에서 정부의 공식 발표는 한국어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이주민들은 배타적인 법적 구조 외에도 언어 및 사회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코 로나19 예방을 위한 정보를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지난 3월 11 일 여성가족부는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한국어 포함 13개 언어로 한국 생활 및 다 문화 관련 정보를 제공)를 통해 코로나19 예방과 관련된 다국어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 다. 하지만 다누리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거리두기 시행과 같은 기본적인 안 내 외 코로나19 관련 정보들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내용들이 적절히 제공되 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비슷하게 행정안전부는 2019년 외국인을 위한 재난정보 안내 앱인 ‘이머전시 레디(Emergency Ready)’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외국인용이라는 말이 무 색하게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만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이주민들이 가장 먼저 참고 하게 되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경우에도, 홈페이지는 한국어와 영어로만 제공 되며 일부 공지(불법체류로 인한 불이익 등의 경우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러시아 어로 제공)를 제외한 정보들은 주로 영어, 중국어로 제공되고 있다. 이주민에 직접적인 영향 을 주는 비자와 체류, 입·출국 관련 정보, 외국인 감염자의 치료비 등 다양한 외국인 대상 정 책의 세부 내용이 코로나19 현황에 따라 변경되고 있으나 유관 정보들이 이주민들에게 충 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강한 전염력을 지닌 코로나19의 경 우, 확실한 실시간 정보 공유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주민들은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일차적인 정보에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이주민 공동체들은 자력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 주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여러 정책 발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데, 이는 이주여성들은 기성 언론을 통한 정보 접근보다 자신들의 커뮤니티 안에서 정보 습 득을 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이주여성 커뮤니티의 주 된 정보 출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포함한 여러 국내 이주 NGO들이 다국어로 가공 하여 제공하는 정보들이다. 이외에도 국내 이주 NGO들은 이주민들이 공적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여러 민간 후원과 지원을 통해 마스크와 방역물품 나눔 캠페 인을 진행하며 이주민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결론



2020년 5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순수 외국인 구성 가족 정부지원재난금 받게 해주세요’라는 제목 의 글이 올라왔다.6 청원인은 한국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외국인으로 해당 청원은 여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코로 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금을 내는 사회구성원이지만 비자 종류, 가족 구성, 국적 등의 이유로 차별 되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토로와 외국인 차별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적 영역에서 이주민 배제의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 이주민은 이미 한국의 사회적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의 경제적 기여 효과는 2016년 74.1조 원, 2018년 86.7조 원으로 추산 되며 이는 이주민들이 한국 경제에 사회구성원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을 나타낸다.7 지난 4월, 미국 캘리포 니아주는 현지 노동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미등록 이주민들 또한 2019년 기준 25억 달러의 세금을 지불한 주민으로 서 위기 상황에 마땅한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발표하였고, 약 15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코로나19 긴급재난 지원금으로 1인 기준 500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이외에도 고용 불안정과 경제 활동의 제약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 독일, 포르투갈, 캐나다는 일정 조건을 갖춘 단기 이주 노동자 또는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급을 지급하였 으며, 일본의 경우 3개월 이상 등록 이주민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 엔(약 114만 원)을 지급한 바 있다.


질병은 외국인을 구별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가 취약한 사람일수록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위험에 처 하게 된다. 그렇기에 공적 영역에서의 지원은 코로나19라는 위험에 노출된 한 사람의 권리로서 고민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민족과 인종, 체류 형태와 자격 그리고 가족 구성에 따라 세밀하게 구분하고 차별하는 행정력은 오히려 모든 사회적 구성원에게 차별없이 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에서 함께 공존하는 이주민들을 구분하며 권리에서 배제하기보다는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자유를 존중해주는 사회가 우리가 나 아갈 방향이어야 한다. 의무를 지우면서 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권리와 의무는 함께하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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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링크: http://ctms.snu.ac.kr/updates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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