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중도입국청소년도 마음껏 ‘미래’ 그릴 수 있어야”

2020년 11월 27일 업데이트됨


조진영 청년기자 | 입력 2019.08.09.10:43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장 인터뷰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지만, 그 안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중도 입국청소년’이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외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국 땅에 던져진 아이들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는 출발선이 달라요.”


지난 7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만난 김수영 센터장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부모의 이주와 동시에, 또는 시차를 두고 한국에 오게 된 외국 태생 청소년을 말한다. 나고 자란 국가와 딴판인 문화 때문에 혼란을 겪고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언어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9월 문을 연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기관이다. 수준별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검정고시·귀화시험 등 학력 인정이나 국적 취득에 필요한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각종 문화체험 행사를 주관하고 상담·심리 치료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 2일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만난 김수영 센터장은 중도입국청소년도 우리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제공

지난 7월 2일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만난 김수영 센터장은 중도입국청소년도 우리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제공


중도입국에 따른 혼란에 가족 내부 갈등 겹치기도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중도입국청소년 전문 지원기관이다.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해 이전 결혼에 의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가운데 부모의 본국에서 살다가 학령기에 입국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일정기간이 지나고서 본국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 외국인과 결혼한 탈북여성이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등을 중도입국청소년으로 규정해 지원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부모의 의지’로 한국에 오게 됐다는 점은 모두 같다고 했다.


“한국에 오기까지 이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부모가 오라고 했으니까 오는 거예요. 언젠가는 자기가 태어난 나라로 돌아갈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죠. 2~3년 정도 지내다 보면 한국에서 정착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국적을 인정받아야 하고, 정서적으로 섞어야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거라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다르게 중도입국청소년은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입국한 후에야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생긴 한국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부모와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10년 이상 떨어져 생활하다 다시 함께 살게 되면서 갈등을 빚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센터에 있는 한 아이의 어머니는 본국인 베트남에서 결혼했다가 이혼하고서 한국인과 재혼했어요. 베트남에서 친아버지와 살던 아이는 어머니가 있는 한국으로 오게 됐죠. 한국인 새 아버지는 아이를 호적에 올리지도 않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있어요. 아이는 집안일만 한대요. 어머니와 새 아버지 사이의 동생들도 도맡아서 돌보고요. 명백한 아동학대죠.”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현재 새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하는 베트남 출신 중도입국청소년을 검정고시 대비반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아무리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기관이 이를 제지할 어떠한 법적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중도입국청소년은 실태조사도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중도입국청소년, 공교육에서 소외되는 일 없어야


김 센터장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공교육에서 소외되는 현상도 하루빨리 해소돼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처음 이곳을 찾아온 청소년과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일반 학교에 진학할 것을 권유한다. 한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문제는 중도입국청소년이 공교육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국인 우리나라는 원칙상 서류가 미비하더라도 모두 공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 그냥 거절해 버리는 것이죠. 관리하기가 어렵다면서요. 모국에서 다니던 교육기관에서 서류를 받아오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온 가족이 이미 이주해 버렸거나, 학교 자체가 사라졌거나, 학교가 있어도 서류 관리 체계가 없어 발급이 불가능한 경우가 정말 많아요.”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소속 청소년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절반 이상이 학교에 다니거나 진학을 앞두고 있다. 공교육에 편입되지 못하더라도 검정고시 대비반에 들어갈 수 있어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해에만 모두 18명이 검정고시를 통해 초·중·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았다. 이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통과하고 대학에 진학한 청소년도 있다.



성인 돼도 문제, 국적 취득 과정서 차별도


“한국 국적을 인정받지 못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만 18세가 넘어가면 체류 자격을 얻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나마 ‘재외동포’ 인정을 받으면 상황이 나아요. 조리사자격증 등 국가공인자격증을 따면 5년간 거주할 수 있는 ‘F-4 비자’를 받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재외동포가 아니라면 대학에 가서 ‘유학생 비자’를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까지 학력을 인정받는다 해도 중도입국청소년들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대학에 가지 않고 곧장 일을 하고 싶어도 만 18세가 되면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는 비자가 만료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 비자를 취득하면 대학 졸업 때까지 한국에 살 수 있어서다. 물론 자발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에서도 또래와 섞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저희도 대학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거예요. 조별 과제에서 아예 배제하거나, 외국인전형으로 입학한 것을 두고 ‘대학 쉽게 온다’고 험담하기도 한대요. 그래서 센터 차원에서 대학 진학자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준비하고 있어요.”


국적 취득도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의 출신 배경이 차별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파키스탄 출신 남매가 있는데, 아버지가 파키스탄인이고 엄마는 한국인이에요. 저희 센터에서 처음으로 국적을 취득한 중도입국청소년이 이 남매 가운데 오빠인데, 처음 귀화시험 면접을 봤을 때 큰 상처를 입었대요. 모슬렘에 대한 혐오를 담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동생의 경우도 면접장에서 ‘시어머니랑 싸우면 어떻게 할 것이냐’ 같은 시대착오적인 질문을 받았고요.”



“중도입국청소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지원해야”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청소년기본법을 근거로 만 24세 청소년까지 지원한다. 대학교에 진학할 경우 졸업할 때까지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다. 김 센터장은 “너무 오랫동안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며 “생애를 통틀어 가장 민감할 때 낯선 땅에 오는 아이들에게 고작 몇 년 동안 지원하고서 ‘성인 됐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현재 약 160명의 중도입국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중도입국청소년은 모두 705명이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이 시험에 합격했거나 국적을 취득했다는 연락을 해올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곧 나갈 사람’으로 여긴다는 거예요. 실제로는 대부분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살아가요. 공동체 안에서 함께 부대낄 사람들이라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을 지원하는 기관이 더 많아져야 해요. 공교육의 빈틈을 메우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면서 중도입국청소년들의 마음까지 살피는 곳이 계속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조진영 청년기자(청세담 10기)]

http://futurechosun.com/archives/4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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