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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15기 5강]  |  강남훈 |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 2010.10.27 | 강남훈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입니다. 혁명을 성공한 뒤에도 권력과 영예의 길을 걷기 보다 다시 불가능한 꿈을 꾸며 볼리비아 오지마을로 향했는데요. 평화나눔 아카데미 다섯 번째 강의는 체 게바라의 혁명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어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을 꿈꾸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월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면? 실제로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강남훈 교수와 함께 그 가능성을 살펴보았던 평화나눔 아카데미 여섯 번째 시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갔던 그 놀라운 시간으로 지금부터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오래된 미래의 꿈, 기본소득 시종일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비밀을 속삭이듯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강남훈 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기본소득보장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제안은 이미 오랫동안 세계가 꿈꾸어 온 대안이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유럽대륙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본소득보장제입니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남녀노소 불문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단지 그 나라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정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보장제입니다. 이미 미국의 알래스카 주에서 70년대부터 실시하고 있고, 남아메리카 브라질에서도 2004년 기본소득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가장 지지도가 높고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의회에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는 나라가 될 것 같습니다. 2011년 3월부터 이란에서는 1인당 GDP의 1/4을 보장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실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머지 않았습니다^^”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위한 플랜 하지만 강남훈 교수는 국가가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은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할 텐데요.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고 합니다. 강남훈 교수의 기본소득보장을 위한 재원마련의 비법! 들어보시겠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최대한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3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합니다. 1인당 1년에 70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저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타협해서^^ 도입모델로서 15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플랜을 세워봤습니다.”


“이 표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223조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 도입모델에서는 연금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연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자, 배당, 증권양도소득 등의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30%의 세율로 과세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중요해 질 환경세는 분명 더 걷어 들여야 하는 세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국가화폐 발행인데요.” “지금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국가화폐 발행은 재원마련을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화폐의 대부분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업들이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는 화폐입니다. 은행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부분지급준비율이라는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중앙은행이 100만원의 화폐를 발행하면 100만원의 돈을 은행에 예금으로 예치해 둔다고 합시다. 100만원을 예금해 두면 100만원만이 현금으로 통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은행은 100만원의 예금으로 1000만원의 돈을 대출해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부분지급준비율이라고 하는데요. 이 계산법에 따르면 900만원의 돈은 실제 화폐가 아닌 빚으로 생겨난 화폐인 셈입니다. 이렇게 통용되는 돈이 지금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당시 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국가화폐 제도를 사용했습니다. 은행을 경유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화폐를 찍어내도록 했습니다. 보통 전쟁을 치를 때 국가는 은행에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무기를 삽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매년 은행에 이자를 갚게 되어 있지요. 하지만 국가화폐제도를 활용하면 은행에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노동유인이 떨어진다? 기본소득보장제는 재원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시행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반대의견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는 그 반대의견에 대한 강남훈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기본소득 도입모델은 1인당 한 달에 25만원씩 지급하자는 겁니다. 25만원은 인간답게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 결코 아닙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고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소득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 도입모델은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좌절하여 자살하지 않을 정도, 취업을 기다리며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정도의 소득이 보장된다고 해서 노동 유인이 떨어지는 일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상당한 비중의 재원이 불로소득에서 유래할 경우 상당히 달라집니다. 불로소득자 3명이 각각 2,000만원의 소득을 받고, 정규직 노동자 10명이 1인당 400만원, 비정규직 노동자 10명이 1인당 200만원의 소득을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실업자와 노인 등 무소득자가 5명이라고 전제해 봅시다. 실업자 5명에게 100만원씩 선별복지를 할 경우, 500만원의 세금을 걷으면 됩니다. 그럴 경우 각각의 노동자들이 갖게 되는 액수는 위와 같습니다.  기본소득을 100만원씩 지급하고 세금은 소득에 비례해서 징수된다고 했을 때 28명 모두에게 100만원씩 지불하기 위해 2,800만원의 세금을 걷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모두에게 100만원씩을 지불한다고 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불로소득 생활자는 선별복지에 비해 많은 소득차이가 생겨나지만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히려 소득이 늘어납니다. 소득의 격차는 노동유인을 알아보기 위한 중요한 수치인데요. 선별복지일 경우 91만원이지만 기본소득일 경우 153만원입니다. 이 차이가 크면 클수록 노동유인은 커진다고 볼 수 있겠지요.” 소득을 보장하는 것보다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경제구조상 완전고용은 불가능합니다” 강남훈 교수의 단호한 말에 사람들이 술렁입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모든 정권이 고용 창출을 최우선목표로 해 왔지만, 완전고용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70년 대 이전에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까지 도달했지만, 이후 40년 동안 완전고용을 포기하고 단지 고용창출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완전고용은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가 없는 정책입니다.” 강남훈 교수는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완전고용 정책이 실패해 왔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미드는 기본소득 없이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경제성장의 가속화를 통한 완전고용 달성을 불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닙니다.  자원의 낭비와 환경의 파괴 때문입니다. 기술혁신도 방법이 아닙니다. 기술진보가 경제성장보다 빠르게 직업을 없애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이런 추세는 더욱 급속화될 것입니다. 현재의 조건에서 완전고용은 불가능합니다. 최저임금제가 폐지되면 가능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기본소득입니다!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들겠지요. 그 줄어든 소득만큼을 기본소득이 보장하면 됩니다. 이제는 노동시장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임금을 받아야만 생활을 유지해 갈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야 합니다.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은 사람, 1등의 예술가들만 돈 버는 세상에서 삶의 즐거움을 위해 예술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목숨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려면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되지 않을까요?” 이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미 그렇게 시작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고, 우리에게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강남훈 교수는 기본소득은 요구가 아니라 권리라고 합니다. ‘모든 공유재의 주인은 시민이다.’라는 제임스 미드의 말을 빌어 수 많은 공유재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 이제 우리는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실업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세상, 돈 벌이를 위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세상은 사라진다는데요. 강남훈 교수와 함께 새로운 꿈을 꾸어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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